최종정산



진심으로 즐거웠습니다. 안녕히.

Ray of the Air Game

레이시리즈 BGM일부를 기반으로 한 2차 창작물.

Absolute Cycloid 선생님께서 2006년 코미케70때 100장에 한하여 판매했던 물건으로, 당연하게도 현 시점에선 구경하는 것 조차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어렵다. 스루가야에 10000엔 딱지 붙은 채 올라온걸 보긴 했지만, 아무리 프리미엄이 붙을만한 물건이라 해도 20배는 너무 과하지 않나 싶은데. 그 덕분에 이 음반의 감상도 해적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쓴웃음)

아무튼간 타마요 선생에 의해 서술된 레이 시리즈의 2차 창작물인 만큼, 기본적인 근간과 전개 또한 유사성을 많이 띄는 물건이라 할 수 있다. 약간 나쁘게 말하면 복제물이란 소리이기도 한데, 단순한 복제물로 취급하기엔 이 음반이 지닌 새로운 접근법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던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유저’에 의하여 재해석 된 레이시리즈는 흔한 물건이 아니니.



1. Gemetric City / Techno

레이시리즈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 레이스톰이란 사실에 의구심이 끼어들 자리는 없을 듯 하다. 특히 스테이지 1의 지오메트릭 시티는 레이스톰을 상징하는 악곡으로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악곡이기도 한데, 당장 타이토 공식에서 생각나는 것만 집어도 츠카사 선생의 GC remix가 있고, 레이즈에 수록되었던 마사키 선생의 일렉트릭 쇼크 믹스도 있다. 아 스핀킥 믹스도 있었지.

아무튼 상징성으로선 이 악곡이 두말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출현빈도가 그만큼 잦다는 의미,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지겹다’ 라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당시엔 GC remix도 없었고 일렉트릭 쇼크도 없었으며 스핀킥도(일단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어레인지 자체가 진귀할 순 있겠다만, 기본적인 구성 자체가 노이탄즈 리믹스의 동곡을 본따 스피드만 업한 선에서 그친 것 같아, 신선함이란 측면에서도 크게 와닿는 악곡은 아니었다. 그러나, 악곡 중반에서 2스테이지 음악인 아쿠아리움을 적절하게 믹스해준 것은 그야말로 절묘했으며, 스테이지 시작때의 나레이션도 새로이 녹음하여 사이버틱한 분위기를 흠씬 느끼게 해준 것 또한 좋았다. 요는, 음반의 스타트로선 꽤 잘 만들어진 구성이다.


2. G / Slowcore

사실상 이 악곡에서부터 이 음반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레이포스의 2스테이지 자체가 X-LAY의 대기권 진입을 위해, 잔존병력들을 희생시키는 양동작전을 가하는 장면이 포함되어있는데, 이러한 미래를 암시하듯 둔탁하게 울려퍼지는 비트음이, 가까스로 명백을 유지하여야만 했던 인류의 무거운 고동소리를 묘사한 것 같았다. 악곡 후반부에 샘플링으로 깔리는 성가대 코러스는 이미 죽어간, 혹은 죽을지도 모르는 파일럿에게 전하는 장송곡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3. Fromless living bodies / Anthem Trance

3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인 5번까지는 레이크라이시스 지분인데, 사실 선생님께서는 레이크라이시스 이야기를 더욱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레이크라이시스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더할나위 없이 반가웠지만. 2분 30초까지는 원곡과 크게 유사한 전개양상을 띄지만, 본격적인 파트에 들어서선 장르명에 표기된 Anthem Trance와 같이, 일렉트로닉 멜로디를 또렷히 연주하며 트랜스로 전개된다. 느린 비트의 무거운 악곡을, 빠른 비트의 트랜스로 재해석 해내었단 것으로도 이 악곡의 신선함은 충분하다 할 수 있는데, 중반부에 접어들면 PS판 dis-human 전의 음악이었던 안치 -Antithese-의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오며 해당 악곡의 트랜스 리믹스로 변모한다. 따라서 이 악곡은 ‘그것은 기적이 아니야’와 ‘안티테제’의 절묘한 조합이라 할 수 있는데, dis-human과 대면하여 인류의 존망을 짊어진 파일럿에겐, 두 문장의 무게감은 상당하지 않았을까.


4. Son dessein / Artcore

기본적으론 원곡 彼女の目的 보다 레이욘드의 Son dessein을 기반으로 한 어레인지에 가깝고, 악곡의 길이 또한 유사하다. 개인적으로도 彼女の目的의 진면목은 C파트에서 발휘한다고 생각하기에 큰 아쉬움은 없지만. 레이욘드의 악곡과 비교하였을 때 속도감이 더욱 강해지고, 멜로디 선율이 더욱 또렷해진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역시 아트코어란 것인가.(웃음) 악곡 전개를 따라 끊임없이 주고 받는 노이즈 낀 무전음은 실제 게임상에서 웨이브라이더와 지휘통제실간의 상황보고를 듣는 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졌고, 후반부의 피아노 선율은 어레인지의 매력을 더욱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전반적으로 무난했던 어레인지.


5. The place where the wind of life blows / Artcore

Ray of the Air의 커튼 콜.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 음반의 존재가치. 원작이 사이버스페이스 상에서의 자연적인 서정을 노래하는 음악에 가까웠다면, 본 악곡은 사이버스페이스의 황량함을 더욱 부각시킨 재해석이 돋보인다 할 수 있다. 악곡 초반부터 차가운 기류처럼 불어오는 듯한 얼어붙은 신스음은 ‘이 세계가 아무리 자연을 표현하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엔 가상공간에 불과해’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 처럼 들려온다. 이후 원곡에 비해 빠른 박자로 전개되는 음악은, 쉴새 없이 몰아치는 적의 맹공과 맞대면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혹자의 표현을 끌어 쓴다면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이 아닌 폭풍우가 치는 언덕에 가깝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태풍의 눈 지점에선 어떠한 폭풍우도 없었던 것처럼 맑아지듯이, 거센 비바람이 갑자기 멈춘 후에 얼어붙은 멜로디가 다시금 흘러나온다. 잔잔해진 구간에서 서서히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레이욘드 어레인지 Vit-symty의 ‘It’s a place of new beginnings ~ The Place for you and me’ 가사가 흘러나오는 부분으로, 이 곳에서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기원하는 도나, Con-Human의 메시지와도 얼핏 닮은듯한 느낌이 든다. 태풍의 눈을 거쳐, 다시한번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 이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잔잔해진 평원에서 새 출발을 기원하는 Con-Human의 멜로디가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결국 인류는 비바람에 꺾인 것인지, 도나가 바라왔던 것 처럼 새로운 생명을 선택함으로서 평온함을 찾은것인지,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있는 그녀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서비스 종료를 마주하며. - CxB


 사실, 몇 달 전부터 조짐은 있었다. 정기적으로 해오던 티켓 할인이 전혀 실시되지 않았다던지, 란세레 확률이 이전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높아져 있다던지... 더군다나 활력이란게 전혀 느껴지지 않은 운영이 연달아 이어져 왔으니, 마음의 준비를 갖추기 시작한 건 나 뿐만이 아니었으리라. 단지, 실제로 소식을 접했을 때의 간극이 너무 벌어져 있었을 뿐이지. 그저 허탈하다.

 타 음악게임에 비해, 플레이 방식이나 시스템적으로 익숙해지기 어려웠던 게임인 만큼, 입문 장벽은 결코 낮다고 할 수 없었고, 그 덕에 비교적 마이너한 입지에서 힘겹게 유지해온 모양새를 띄긴 했었다. 그럼에도 크로스비츠가 돋보였던 것은, NAOKI 및 舊 BEMANI 참가 라인업을 앞세운 신세대 음악게임을 표방했었고, 그 이후로도 타 리겜에서는 접하기 힘든 악곡과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오기 위한 운영상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2015년 7월경에서야 플레이를 시작했으니 크로스비츠가 서비스를 개시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뒤늦은 입문을 한 셈이다.뒤늦은 출발이었지만, 시스템을 차츰 차츰 이해하며 스며들어온 재미는 엄청났다. 근래의 BEMANI에선 느끼기 어려웠던 '음악적 감동'을 오랫만에 체험했단 사실에 감격에 젖어있기도 했고. 레브 공식가동이 이뤄진지 불과 몇 개월에 불과했던 12월에는, 순전히 REV.만 바라보고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메갈로마니아 토벌에 성공하여 기쁨에 젖어있던 나 자신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2016년의 운영도 돋보이는 모습이 많았다. ATTACK THE MUSIC을 위시한 신예 아티스트의 적극 발굴, 4월 28일에 가동된 SUNRISE, 그리고 그루브코스터와의 콜라보 등등... ATM은 너무 많은 악곡을 끌어온 나머지 종반부에는 신선도가 떨어졌고, 그루코스와의 콜라보는 REV 유저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도 많았지만, 非 CxB 플레이어에게 크로스비츠를 널리 인식시켜준 충분한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앱스토어 매출 10위권 안에도 달성한 전적도 있었을 뿐더러,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한국에서의 크로스비츠 유저도 꽤 많이 늘어났으니.

 2017년 새해는 새로운 희망의 계기가 되었지만, 크로스비츠에 어두움이 드리우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아케이드 악곡을 이식하는 것으로 대회를 때워온데다가, 정기적으로 진행해온 대회도 '하이스코어 개인전' 한 종류로 획일화되면서 게임 진행이 루즈해지기 시작했다. 추가된 악곡들도 2016년 대비는 물론, 타 리겜과 비교하여 신선함이 떨어진 것 또한 크로스비츠만이 지닌 독창성을 갉아왔을 것이고... 기존 CxB에 참여해온 아티스트들이 여러 영역에 활동하면서 독자적인 색채를 띄기 어려워 진 것도 있었지만, NAOKI 선생이 자의든 타의든 크로스비츠 프로젝트에 손을 떼게 됨으로서, 그간 쌓아온 기반의 대부분을 잃은채 다시 시작해야하는 어려움도 컸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nico動을 통한 크로스비츠 소식 전달, 지속적인 아케이드/라이센스곡 이식, 란세레 확률 완화 등 유저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한 많은 노력 또한 돋보였엇다. 현 상황에서 되돌아보면 풍전등화였지만...


 이미 서비스 종료는 기정된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사정이 엮여왔는가를 파헤치는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알고 싶어 하는 것과는 별개로.) 외부환경의 변화를 운운하며 서비스를 종료하는 이면에는, 아케이드/음악게임 사업을 정리하고 싶어하는 듯한 캡콤의 방침을 벗어날 수 없었을지도 모르고.

 그러나, 사정이 어찌되었든간 크로스비츠 운영팀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 했다고 믿고 싶고, 일개 유저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플레이 해주는 것이,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게임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이지 않을까. 약 3년이라는 시간과 함께해온, CROSSxBEATS. 진심으로 즐거웠습니다. 고마워요.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