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씹고 뜯고 맛보던 미디어 매체들에 대한 잡기

삶의 여유를 잃어간다는 핑계로 감상문 기록을 기피하게 된지 꽤 오랜시간이 지났는데, 다시금 생각해보면 구태여 각잡고 길게 무언가를 적어야 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길을 걷다가 떠오른 생각을 메모해두었다가 집결시키는 것 만으로도 그럭저럭 글귀의 형태는 갖출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하의 글은 감상문을 빙자한 어설픈 수박겉핥기의 결과물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경험하고 느낀것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서술하는 행위가 그저 무의미하진 않을 것이라고...믿고싶다.


-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한 작품으로, 기본적인 소재는 원작에서 따왔으나 세부 설정 등이 많이 상이한 작품이 되었다. 사실상 별개의 작품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 아무래도 원작의 서술트릭이나 진실과 거짓의 모호한 표현을 영상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소설가 본인이 색다른 해석을 바랐던 점이 꽤 반영된듯 싶었다. '참신한 결과물'이었는가는 모르겠지만.

원 소설의 주제 중 하나였던 '진실과 거짓의 균열 사이에서의 고민'이란 철학적 측면은 다소 엷어졌지만, 배우들의 열연은 휼륭하였고 작중 전개에 따른 절실한 감정 만큼은 충분히 와닿았다.


- 레이포스/레이스톰/레이크라이시스 (게임)

타이토 고전의 감동을 어플로 다시한번 제공하려는 의도로서 발촉된 프로젝트의 산물. 사실 레이포스와 레이스톰은 기존의 어플판을 재활용 한 것에 가까우므로, 완전히 새로 이식작업을 거친 게임은 레이크라이시스 뿐이다. 그러나, 단순한 재탕이라고 볼 수도 없는것이, 모든 작품의 1스테이지 음악을 ZUNTATA 현 멤버에 의한 어레인지로 재수록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진행하였기 때문. (이후 발매된 아마존판은 2스테이지 음악까지도 어레인지하였다.) 과거 ZUNTATA 멤버가 작곡한 음악을 어떻게 Tribute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훌륭한 답안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시모다 선생께서 담당한 라벤더 어레인지는 압도적으로 훌륭하여, 사이버 스페이스를 배경으로 하는 건조한 분위기를 더욱 살리는 것은 물론, 그 만의 색채 또한 풍부하게 느껴진 마스터피스라 할 수 있다.


- Deemo 소설

레이아크표 리듬게임은 대중적이고 즐기기 편한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론 그 이상의 즐길거리를 느낄 수 없었다. 값도 비싸지도 않고 수록된 악곡 중 특별히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하는것도 아니지만, 게임을 극한까지 파고 들어갈 모티베이션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다운로드 정도만 받아놓고 생각날때 가끔 가동시킨 정도. 같은 레이아크社의 리듬게임인 Deemo 또한 앞서 서술한 감상과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Deemo의 스토리 텔링은 리듬게임으로서 매우 독창적이고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Deemo의 스토리는 애초에 게임버전에서 완성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게임을 완주하는 것 만으로도 줄거리를 이해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본다. 따라서 Deemo 소설은 등장인물의 내면묘사에 중점을 둘 것인지, 부가적인 스토리를 창출하낼 것인지 선택을 해야만 했던 상황이었을거라 보긴 하지만... 결과물이 영 탐탁치가 않다.

작가의 상상에 의해 새로이 창작된 부분은 주로 '0악장'에 집중되어있는데, 해당 내용을 차근차근 되짚어가보면 '해당 내용이나 전개가 꼭 필요했는가?' 싶을정도의 설정 과잉이 적잖게 보인다. 소위 말해 뱀다리가 붙었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데 심지어 '0악장'항목을 아예 소설책에서 찢어놓더라도 스토리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데 걸리는 부분이 전혀 없을 정도. 게임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최소화 하면서 감정을 느낄 여운을 남겨준 것에 비해 상반된 결과물이 만들어진 셈이니, 이럴거면 소설화에 무슨 가치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결국 소설의 가치는 초회 한정으로 부착된 CD 하나에 있는건가...? (문제는 이쪽은 립도 뜨지 않았다.)


- 합법백합커플 

기승전결이 뚜렷한 장편만화 정도를 생각했었건만, 그냥 귀달린 여캐간의 평범한 일상이야기들 뿐이어서 큰 감흥은 없었다. 이런 느긋함을 만끽하고 싶을땐 나쁜 선택은 아닐듯 하다. 애시당초 동인지로 연재되던 단편들을 엮어내어 단행본화 한 작품이라고 하니, 서스펜스같은건 끼어들여지가 없었던거다.


- 벽람향로

일본 타임라인상에서 관련 팬아트가 쏟아져나오길래 플레이 해봤다. 게임은 유사칸코레에 '헤헷 제가 슈팅게임성도 지녔어요'라고 자뻑하는 듯한 모습. 물론 그 슈팅이란거는 구색맞추기에 불과한 수준이기때문에 고딕이 싸다구를 날려도 할 말이 없다. 한 3-4일간 깔짝대다가 결국 삭제수순을 거쳤다. 이미 너무나도 많은 유사게임이 넘치는 세상이다.

덧글

  • Charen 2017/10/28 21:47 # 답글

    벽람을 합시다
    이제부턴 벽람 뿐이야
  • G_ 2017/11/01 17:08 #

    뽑기게임 사양하겠읍니다;
댓글 입력 영역